
건식 34%, 습식 10%. 라벨만 보면 세 배 차이지만 습식 캔의 수분 중앙값은 80.5%입니다. 물을 빼고 국내 유통 사료를 전부 환산했더니 순서가 뒤집혔습니다.
같은 자로 재고 있지 않습니다
사료 봉지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조단백 숫자를 비교해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건식에는 34%, 습식 캔에는 10%라고 적혀 있습니다. 세 배 넘게 차이 나 보입니다.
그런데 이 비교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두 숫자가 서로 다른 것을 재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벨의 조단백은 제품 전체 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그리고 습식 캔의 대부분은 물입니다. 저희가 가진 국내 유통 고양이 습식 329개의 수분 중앙값은 80.5%였습니다. 100g 중 80g이 물이고, 영양이 들어 있는 고형분은 20g뿐이라는 뜻입니다. 건식은 수분 중앙값이 10.0%입니다.
즉 습식의 10%는 물까지 포함한 100g 기준이고, 건식의 34%는 거의 물이 없는 100g 기준입니다. 이 둘을 그대로 빼거나 나누면 안 됩니다.
물을 빼고 다시 계산했습니다
같은 자로 재려면 물을 빼야 합니다. 이것을 건조물 기준이라고 하고, 계산은 한 줄입니다.
건조물 기준 = 라벨 값 ÷ (100 − 수분) × 100
국내 유통 사료를 처방식 제외하고 전부 환산해 봤습니다.
- 고양이 습식 329개 (24개 브랜드) — 수분 80.5% · 라벨 10.0% → 건조물 50.5%
- 고양이 건식 307개 (39개 브랜드) — 수분 10.0% · 라벨 34.0% → 건조물 37.3%
- 강아지 습식 187개 (28개 브랜드) — 수분 79.0% · 라벨 9.0% → 건조물 44.4%
- 강아지 건식 637개 (47개 브랜드) — 수분 10.0% · 라벨 27.0% → 건조물 30.0%
순서가 뒤집힙니다. 라벨만 보면 고양이 습식이 건식의 3분의 1처럼 보이지만, 물을 빼고 나면 습식 50.5% 대 건식 37.3%로 습식 쪽이 높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습식 캔은 고기와 물이 주된 구성이고, 건식은 알갱이 모양을 잡기 위해 전분 원료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 자리만큼 단백질 비율이 내려갑니다.
이 착시가 실제로 만드는 오해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문제가 분명해집니다.
AAFCO 영양 기준은 처음부터 건조물 기준으로 쓰여 있습니다. 성묘 조단백 최소 26%, 성견 최소 18%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라벨 숫자는 건조물 기준이 아닙니다. 이 둘을 그대로 맞대면 어떻게 될까요.
- 고양이 습식 329개 전부가 라벨 숫자로는 26% 미만입니다. 하나도 빠짐없이 기준 미달로 보입니다.
- 그런데 건조물로 환산하면 328개(99.7%)가 기준을 충족합니다.
- 강아지 습식도 마찬가지입니다. 187개 중 185개가 라벨로는 18% 미만이지만, 건조물로는 187개 전부가 충족합니다.
기준을 잘못 적용하면 멀쩡한 사료 500개가 한꺼번에 불합격이 됩니다. "습식은 영양이 부족하다"는 말이 도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건 저희만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 FDA 는 ‘완전·균형 사료’ 안내 페이지에서 수분 함량이 다른 제품(캔과 건식)을 비교할 때는 건조물 기준으로 환산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계산 예시까지 함께 싣고 있습니다. 규제 기관이 직접 시연할 만큼 흔한 오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습식이 더 좋은 사료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 글은 습식을 권하는 글이 아닙니다. 숫자를 같은 자로 재자는 글입니다.
건조물 기준으로 봐도 짚어야 할 것이 남습니다. 습식은 물을 사는 만큼 같은 영양을 얻는 데 드는 양과 비용이 다릅니다. 그리고 제형마다 장단이 갈리는 지점은 단백질 말고도 여럿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한계가 하나 있습니다. 습식의 건조물 환산은 건식만큼 믿을 수 없습니다.
라벨의 수분은 실측값이 아니라 최대 보장치입니다. "이보다 많지는 않다"는 약속입니다. 건식은 수분이 10% 안팎이라 조금 틀려도 결과가 거의 변하지 않지만, 습식은 분모가 (100 − 80.5) = 19.5밖에 안 됩니다. 수분을 몇 %만 크게 적어도 환산값이 크게 튑니다.
실제로 확인됩니다. 저희 데이터에서 고양이 습식 61개, 강아지 습식 23개는 단백·지방·섬유·회분을 건조물로 환산해 더하면 100%를 넘습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조합이고, 라벨 수분이 실제보다 크게 적혀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런 제품의 건조물 값을 화면에 내보내지 않습니다. 탄수화물을 계산할 때 확인한 것과 같은 한계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면 되나
사료를 비교하실 때 순서는 이렇습니다.
- 제형이 다르면 라벨 숫자를 그대로 비교하지 않습니다. 건식끼리, 습식끼리 비교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 제형을 넘어 비교해야 한다면 라벨 값 ÷ (100 − 수분) × 100으로 양쪽을 환산한 뒤 비교합니다.
- AAFCO 기준(성묘 26%, 성견 18%)과 맞댈 때도 환산한 값을 씁니다. 라벨 값을 그대로 대면 습식은 거의 전부 미달로 나옵니다.
- 습식의 환산값은 참고로 보되 소수점을 다투지 않습니다. 수분 표기 오차가 그대로 증폭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제품 상세 페이지에서 라벨 값과 건조물 값을 함께 보여 드립니다. 환산이 성립하지 않는 제품은 건조물 값을 아예 표시하지 않습니다.
정리
- 습식 캔의 수분 중앙값은 80.5%입니다. 라벨의 조단백 10%는 물까지 포함한 숫자입니다.
- 물을 빼면 고양이 기준 습식 50.5% · 건식 37.3%로 순서가 뒤집힙니다.
- AAFCO 기준은 건조물 기준입니다. 라벨 값을 그대로 대면 고양이 습식 329개 전부가 미달로 보이지만, 환산하면 328개가 충족합니다.
- 다만 습식의 환산값은 수분 표기 오차에 취약합니다. 84개는 환산 합계가 100%를 넘어 성립하지 않습니다.
제품별 라벨 값과 건조물 값은 사료 상세 페이지에 함께 있고, 기준 전체는 AAFCO 기준 가이드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 요약
건식 34%, 습식 10%. 라벨만 보면 세 배 넘게 차이 나 보입니다. 그런데 습식 캔의 수분 중앙값은 80.5%입니다. 그 10%는 물까지 포함한 숫자입니다.
물을 빼고 같은 자로 재면 순서가 뒤집힙니다. 국내 유통 사료를 전부 환산해 보고, 그 환산을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까지 확인했습니다.
💡 쉽게 정리하면
🎯 핵심 포인트
- 1고양이 습식 329개의 수분 중앙값은 80.5%다. 라벨의 조단백 10%는 물까지 포함한 비율이다
- 2건조물로 환산하면 고양이 습식 50.5% · 건식 37.3%로 라벨로 보던 순서가 뒤집힌다
- 3AAFCO 기준은 처음부터 건조물 기준이다. 라벨 값을 그대로 대면 고양이 습식 329개 전부가 미달로 보인다
- 4제대로 환산하면 그중 328개(99.7%)가 성묘 기준 26%를 충족한다. 강아지 습식은 187개 전부가 성견 기준 18%를 충족한다
- 5다만 습식의 환산은 수분 표기 오차에 취약하다. 84개(고양이 61·강아지 23)는 환산 합계가 100%를 넘어 성립하지 않는다
📚 출처
참고:
- AAFCO Dog and Cat Food Nutrient Profiles — 영양 기준은 건조물 기준으로 제시된다. 성묘 조단백 최소 26%, 성견 최소 18% · AAFCO
- Reading Labels — 보증성분은 조단백·조지방의 최소치와 수분의 최대치를 제품 전체(as-fed) 기준으로 표시한다 · AAFCO
- Nutritional Requirements of Small Animals — 개·고양이의 영양 요구량과 제형별 수분 함량 차이 · Merck Veterinary Manual
- "Complete and Balanced" Pet Food — 수분 함량이 다른 제품(캔 vs 건식)을 비교할 때 건조물 기준으로 환산하는 방법을 계산 예시와 함께 설명한다 · U.S. FDA
근거: AAFCO 영양 기준 · FEDIAF 영양 기준 · NRC 2006 · 공개 제품 라벨 · 평가 방법론
최종 갱신: 2026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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