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레인프리=심장병'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FDA 조사 8년의 기록과 26억 달러 소송의 충격적 주장들, 2026년 7월 항소심 판결까지 — 공적 기록 그대로 정리했습니다.
왜 이 이야기를 알아야 하나
국내 반려인 커뮤니티에도 "그레인프리 사료는 심장에 나쁘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 인식의 출처를 따라 올라가면 대부분 2018년 미국 FDA의 조사 발표와 그 전후에 나온 미국발 자료들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그 출발점 자체가 지금 미국 법정에서 다투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 사료를 고르는 판단의 근거가 어디서 왔는지 아는 것은, 보호자가 광고나 소문이 아닌 데이터로 판단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공적 기록으로 본 8년의 타임라인
- 2018년 7월 — FDA가 완두·렌틸 등 콩과 원료나 감자 비중이 높은 사료를 먹은 개들의 확장성 심근증(DCM) 보고와 관련해 공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 2022년 12월 — FDA는 "이상반응 보고 건수 자체는 신호가 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제품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에 충분한 데이터가 되지 못한다"며, 의미 있는 새로운 과학적 정보가 나오기 전까지 공개 업데이트를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4년 반의 조사 동안 특정 사료가 DCM을 유발한다는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 2024년 2월 — 미국의 저탄수화물 사료 회사 케토내추럴(KetoNatural)이 힐스 펫 뉴트리션 등을 상대로 허위광고(랜햄법 위반) 등을 주장하는 26억 달러 규모 집단소송을 캔자스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습니다(사건번호 2:24-cv-02046).
- 2024년 11월 — 1심 법원이 소를 각하했습니다.
- 2026년 7월 14일 — 제10연방항소법원이 힐스에 대한 청구 부분은 1심 각하를 뒤집어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고(파기환송), 함께 피소된 수의사·비영리재단들에 대한 각하는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124페이지 소장에는 어떤 주장이 담겼나
아래 내용은 모두 원고 케토내추럴이 소장에서 제기한 주장입니다. 법원에서 입증된 사실이 아니며 피고 측은 이를 다투고 있습니다. 다만 이 소송은 미국 반려동물 사료 업계 전체를 뒤흔든 사건이고, 보호자에게는 자신이 접해온 정보가 어떤 논쟁 위에 서 있는지 알 권리가 있기에 공개된 법원 기록을 기준으로 그대로 전합니다.
주장 ① — 조사를 촉발한 보고의 출처가 편중돼 있었다
원고가 정보공개법(FOIA) 소송으로 확보했다고 밝힌 FDA 내부 자료에 따르면, FDA가 조사 개시를 발표한 시점까지 접수된 개 DCM 보고는 2014년 이후 누적 28건이었는데, 그중 23건이 단 두 명의 수의사에게서 나왔다는 것이 원고의 주장입니다. 원고는 "개 7,000만 마리가 사는 나라에서 나머지 보고는 5건뿐이었다"고 강조합니다.
주장 ② — 사례가 선별적으로 보고됐다
원고는 해당 수의사가 FDA에 보낸 이메일 첨부 문서에 "잘 알려진 평판 있는 회사의 사료를 먹던 사례는 사실상 보고에서 제외하는" 선별 기준이 담겨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수의사에 대해서는, 조사 개시 한 달 전 학회 발표 초록에서 대형사 사료를 먹다가 DCM 진단을 받은 사례 27건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그중 한 건도 FDA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그가 실제 보고한 21건은 전부 그레인프리 계열이었다는 것입니다.
주장 ③ — 'BEG'라는 용어 자체가 경쟁사를 겨냥해 설계됐다
'BEG(부티크·이색원료·그레인프리)'는 2018년 6월 한 대학 블로그 글에서 처음 등장한 조어로, FDA는 이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원고는 이 용어가 지목하는 '이색 원료' 목록에 캥거루 같은 희귀 원료뿐 아니라 연어, 양고기, 심지어 곡물인 보리까지 포함돼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원료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힐스 제품에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겉보기에는 과학적 분류 같지만 실제로는 사실상 특정 대형사를 제외한 경쟁 제품 전체를 한 단어로 묶는 낙인이었다는 것이 원고 측 논리입니다.
주장 ④ — 가장 영향력 있던 논문이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았다
2018년 12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수의학 저널에 DCM과 식단에 관한 논문이 실렸고 해당 저널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글이 됐습니다. 원고는 이 논문이 근거 검토 성격임에도 '기고문(Commentary)'으로 분류돼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고 게재됐다고 주장하며, 2019년 수백 명의 수의사·과학자들이 철회 요구서를 제출했으나 철회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소장에 적시했습니다.
주장 ⑤ — 12만 9천 명 페이스북 그룹이 한쪽 관점만 허용했다
원고는 회원 12만 9천 명 규모의 DCM 관련 페이스북 그룹이 "영양성 DCM의 과학에 반대하는 논쟁은 무관용" 같은 규칙을 운영하며, 수의영양 전문의 자격자와 수의대 교수의 반론까지 삭제·차단했다고 주장합니다. 5년간 FDA에 보고된 개 DCM 사례가 2,000건 미만인 점에 비춰 보면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여론 공간이 한 방향으로만 작동했다는 것이 원고 측 시각입니다.
주장 ⑥ — 그 사이 시장은 극적으로 움직였다
소장이 인용한 수치에 따르면, 조사 개시 전 4년간 사실상 0%대 성장에 머물던 힐스의 매출은 조사 개시 후 4년간 50% 이상 증가해 연 33억 달러에 도달했습니다. 반대로 연 8.4%씩 성장하던 그레인프리 부문은 연 5.9% 역성장으로 돌아섰고(2019년 한 해 격차만 11억 달러 이상), 미국 최대급 펫 전문 유통사 한 곳이 파산했습니다. 특히 이 유통사는 델라웨어 파산법원에 제출한 공식 신청서에서 코로나19보다 DCM 논란을 더 큰 붕괴 원인으로 직접 지목했습니다 — 이 부분은 원고의 주장이 아니라 파산법원의 공적 기록입니다.
주장 ⑦ — 정작 같은 시기에 실제 리콜은 다른 곳에서 있었다
2019년 힐스는 독성 수준의 비타민 D가 함유된 제품 33종을 리콜했고, 이 원인 관계는 FDA가 명확히 확인했습니다(공적 사실). 원고는 이를 두고 "입증되지 않은 '연관성' 공포가, 실제로 확인된 위험에서 대중의 시선을 돌렸다"고 주장합니다.
법원은 지금까지 무엇을 판단했나
피고들은 이 소송에 대해 각하 신청으로 다퉈왔고 1심은 2024년 11월 소를 각하했습니다. 2026년 7월 14일 항소심은 힐스의 웹사이트·수의사 교육자료 관련 진술이 '상업적 발언'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아 힐스 부분만 재판을 다시 진행하도록 했고, 수의사·비영리재단 피고들에 대한 각하는 유지했습니다. 이는 "원고 주장이 사실이라면 재판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절차적 판단일 뿐, 주장의 진위에 대한 판단이 아닙니다. 진실은 이제부터 캔자스 법정에서 가려집니다.
지금까지 확정된 사실은 무엇인가
- FDA는 그레인프리 사료가 DCM을 유발한다고 결론 내린 적이 없습니다.
- 동시에, 모든 의문이 해소된 것도 아닙니다.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지 "완전히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도 아닙니다. 이 주제는 과학적으로 아직 열린 질문입니다.
- '상관관계 보고가 있다'와 '유발한다'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보고 건수는 연구의 출발점일 뿐, 그 자체로 원인을 입증하지 못한다는 것이 FDA의 공식 입장입니다.
보호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 사료 관련 건강 정보는 가능한 한 1차 출처(FDA 원문, 논문 본문)로 확인하세요. 제목과 요약만 옮겨진 2차 정보는 결론이 과장되기 쉽습니다.
- "연관 가능성이 있다"는 표현을 "유발한다"로 읽지 마세요. 완화어가 붙은 문장일수록 근거의 강도를 따져봐야 합니다.
- 정보를 제공하는 쪽이 특정 제품 판매와 이해관계가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이번 소송이 어느 쪽으로 결론 나든, 이것이 보호자에게 남는 가장 실용적인 교훈입니다.
- 아이에게 기력 저하, 기침, 호흡 곤란 같은 심장 이상 징후가 보인다면 사료 교체를 고민하기 전에 심장 진료가 먼저입니다.
우리가 이 글을 쓴 이유
petfood.best는 모든 보호자가 사료 선택의 미스터리를 광고가 아닌 데이터로 풀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소송의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보호자가 1차 자료를 확인하고 정보의 이해관계를 따져보는 습관을 갖는 것 자체가 우리 아이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 본 글에 인용된 소송상 주장은 미국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에서 원고가 제기한, 아직 입증되지 않은 주장이며 피고들은 이를 다투고 있습니다. 본 글은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사실 단정이 아니라, 공개된 법원 기록(소장·판결문·파산 신청서)과 FDA 공식 발표를 전달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정확한 진단은 수의사 상담을 권장합니다.
📝 요약
보호자는 소문이나 광고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근거로 사료를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petfood.best는 이 논란을 다루면서 어느 쪽의 주장도 그대로 옮기지 않고, FDA 공식 발표와 미국 법원의 공개 기록이라는 1차 자료만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레인프리 사료 = 심장병'이라는 인식이 어떻게 시작됐고, 지금 미국 법정에서 무엇이 다투어지고 있으며, 보호자가 실제로 기억해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 8년의 타임라인으로 정리했습니다.
💡 쉽게 정리하면
🎯 핵심 포인트
- 1FDA는 2018~2022년 조사에서 그레인프리 사료와 DCM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못했고, 특정 사료가 원인이라고 결론 내린 적이 없다
- 2소장은 조사 개시 시점 FDA 보고 28건 중 23건이 단 두 명의 수의사에게서 나왔고 대형사 사료 사례는 선별적으로 누락됐다고 주장한다(미입증, 피고 측 반박 중)
- 32026년 7월 항소심에서 힐스 부분만 파기환송 — 주장의 진위는 이제부터 캔자스 법정에서 가려진다
- 4"연관 가능성"과 "유발한다"는 다른 말 — 심장 이상 징후가 있다면 사료 교체 전에 심장 진료가 먼저다
📚 출처
출처: FDA·미국 연방법원 공개 기록
참고:
- FDA Investigation into Potential Link between Certain Diets and Canine Dilated Cardiomyopathy · U.S. FDA
- KetoNatural Pet Foods v. Hill's Pet Nutrition, No. 24-3185 (10th Cir. July 14, 2026) · U.S. Court of Appeals for the Tenth Circuit
근거: AAFCO 영양 기준 · FEDIAF 영양 기준 · NRC 2006 · 공개 제품 라벨 · 평가 방법론
최종 갱신: 2026년 7월 30일
본 콘텐츠는 교육·정보 목적이며 수의사의 진료·처방을 대체하지 않습니다.